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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의 리뷰쓰기/천일염의 책읽기

이소호 시집 캣콜링 리뷰


이소호 시인의 캣콜링은 본인이 경험한 ’문단내 성차별‘ 경험과 가상의 인물 ‘경진’을 통하여 가정폭력의 대물림성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문학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강렬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 시집은 단순한 폭로를 넘어, 여성 문인과 가정폭력 피하자들이 마주하는 구조적 억압과 폭력, 그리고 그에 대한 저항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특히나 인상적인 점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경진‘과 ’이소호‘ 시인의 시선이 교차 서술된다는 점이다.

1.

캣콜링에서는 가상의 인물 ‘경진’과 책의 저자인 시인 ‘이소호’ 두명의 인물이 주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경진’은 가정폭력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이소호’는 문단내에서 ‘여성 시인이 받는 취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1-1. ‘이소호’의 입장에서

시집내 소호가 겪는 ’여성 시인이 받는 취급‘은 주로

“너는 시인이니까 문란할 것이다”라는 편견이나,

(소호 뭐해? 다른 사람들한테 아직 내 이야기 안 했지? 나중에 우리 여행 갈래. 이 말을 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고 그냥 오늘 너무 슬퍼,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나 있는 곳으로 올래? 여기 연남동이거든 택시 타면 금방이야. 이상하게 술 마시니까 네 생각이 나네. 그냥 너 같은 여자랑 사귀 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 생각, 아니다. 우리는 남들처럼 그렇게 유치하게 만나지 말자. 그냥 좋으면 좋은 대로, 나는 소호가 쿨해서 좋아. 예술하는 여자들은 보통 여자들 이랑 다르잖아. 자유롭잖아. 얽매어 있는 거 싫어하지 나처럼. 그러니까 구속하지 말자. 마음이 서로 맞는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그냥 이렇게 만나서 술 먹고 더 맞으면 자고 그러자. 야. 우리가 무슨 사이냐니. 그게 뭐가 중요해. 너나 나나 나이 먹을 만큼 먹었잖아. 도대체 네가 생각하는 연애의 기준이 대체 뭔데? 남녀가 정기적으로 만나 놀고 먹고 자고, 그거 우리 지금 하고 있는 거잖아. 꼭 연인끼리만 그런 걸 해야 해? 난 아직도 네가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어. 여자들은 정말 이상하지. 멀쩡히 잘 만나다 꼭 이러더라. 됐어 기분 다 망쳤어, 너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볼 줄 몰라 - 마시면 문득 그리운.)

“너는 이런 시를 쓸 자격이 안 된다.“는 선배 시인의 충고를 가장한 폭언은, 여성 창작자들에게 가해지는 고정관념과 검열의 현실을 보여준다.

(내가 요즘 신인들 시집을 자주 보잖아. 잘 들어 시라 는건 말이야 미치는 거야. 지금 네 상태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지. 독자들을 니 발밑에 무릎 꿇게 만들어야지. 선배들 니들 좆도 아니야 이런 마음으로 나도 뛰어넘 어야 하는 거야. 그래 알지 너 시 잘 쓰거든? 시를 못 쓰면 내가 이런 얘기 하지도 않아. 근데 니가 가족 시를 쓴다는 그 행위 자체에 매몰되어 있는 거 같아. 니가 이해를 못하는 거 같으니까 예를 들어 볼게 너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야. 그래 최승자처럼 되고 싶다며, 근데 넌 최승자가 될 수 없어. 다르거든 이 세상에 최승자는 최승자 하나야. 니 시는 말야 뭐랄까. 끝까지 안 간 느낌? 더 갈 수 있는데, 지금보다 더 극단으로 가야 한단 말이야. 예를 들어 볼게 극단으로 간 시인이 누가 있을까 그래 최승자. / 내가 보기에는 말이야 니가 착한데 나쁜 척을 하니까 그런 거라고. 그게 진짜 너라고 생각하면 독하게 밀고 가란 말이야 미친년처럼. 시의 끝에 매달려 있으란 말이야.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란 말이야. 말해 봐 넌 어떤 시인이란 싸워서 이길 거야? 어떤 시인이랑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해 니가. 니 시는 말야 솔직히 아직 아무도 못 이겨. - 송년회)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문단 내 성차별과 더 넓은 사회적 억압이 연결된 문제로 다가온다.

1-2. ‘경진‘의 입장에서.

경진은 단순한 개인이 아닌 ‘가정폭력’이 한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극 중, 경진의 집안에서 딸이 엄마를 강간하는 장면으로 형상화한 시는 충격적이면서도 가정폭력의 대물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리적 폭력을 넘어, 권력과 억압이 세대 간에 반복되는 방식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며,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경진의 존재를 통해 이소호 시인은 가정폭력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 될 것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으며 그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나뉘는 것이 아니라 폭력 속에서 성장한 이가 또 다른 폭력을 내면화하고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편으로 경진은, 단순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당한 피해를 습득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버티는 인물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하지만 결국 그 과정서 경진은 끊임없이 상처 받으며, 결국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가정폭력이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처절하게 파괴할 수 있는가를 강하게 환기하는 부분이다.

극 중 경진이네 집안 환경을 묘사한 시들


2.

이소호의 캣콜링은 시적 언어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조명하며,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단순한 공감을 넘어, 여성 서사의 힘과 문학의 정치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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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1.

딸이 어머니를 강간한다는 설정에서, 아리 애스터 감독의 단편작 ‘존슨 집안의 기묘한 일‘이 떠올랐는데. 그 영화를 처음 보고 적잖이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 두사람의 위치를 바꾸고 성별을 바꾸면, 생각보다 뉴스에서 흔하게 접하는 일이잖아요?

충격적인 건 그 영화가 아니라 편협 된 나의 사고가 아닌가, 싶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여담2.

앱에선 카테고리 만들기 귀찮아서 우선 여기 뒀다가 책 리뷰 카테고리도 만들게요. 그런데 아마 잘 안 쓸듯...